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는 건 일상에 가까운 순간들이다
위대한 건축물도, 아름다운 예술품도, 그 순간엔 감탄하지만 돌아서면 까맣게 잊어버리는데 ㅋ
이건 대체 언제쯤 공개로 돌릴 수 있을까?
나보나광장,
아마 이 날이 이탈리아 주요 공휴일이었을거다
아침에 바티칸 미술관에 갔다가 나왔을 땐 점심때가 좀 지났을 때라 근처에서 적당히 먹고,
다시 성베드로성당을 보러 돌아갔더니 줄이... 그 넓은 광장에 뱅글뱅글 돌아가며 서 있더라
볕이 쨍쨍해 이대로 저 줄에 동참했다간 여기서 생을 마감하겠구나 싶어 엽서만 몇 장 써서 보내고 나왔다
발길 닿는대로 돌아다니다 해질녘,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할 무렵에 나보나광장이 짠하고 나타났다
휴일이라 그런건지 원래 그 광장이 그런건지... 공연하는 사람도 많았고, 로컬로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다
그림을 그리고, 연주를 하고, 마임을 하고, 당근 조각품을 만들고, 아주아주 커다란 비누방울을 불고...
오전내내 본 미술품들은 다 어렴풋한데 여긴 냄새까지 손에 잡힐 것 같다
보르게세 공원,
어차피 예약제고, 일정 인원만 들여보내는 미술관인데 무슨 생각으로 아침 9시 예약을 했었는지는 미스테리
그런 시스템 덕분에 여유있게, 사람이 아니라 정말 미술품을 보았다
(바티칸도 이렇게 좀... 차라리 돈 좀 더 받고 ㅜㅜ 아 정말 치이는거 싫어;)
바로 전날 바티칸에서 봤던 조각품들은 '아 크군' 외엔 아무 생각도 안들었었는데
여기 있는 조각품들은 참 섬세하고 아름다워서 한참씩 넋놓고 있었다
그 일대가 통틀어 보르게세공원이고 한 켠엔 동물원도 있는데... 다음엔 동물원에도 가야지
미술관 나오면서부터 내내 어디선가 아코디언 소리가 들리더니 그게 저 아저씨였다
조깅하는 사람, 강아지와 산책중인 사람, 관광객들...
건너편 벤치에 앉아 이 여행중 가장 긴 엽서를 쓰고,
쉬엄쉬엄 공원을 빠져나올 때 까지 단 두곡인 레퍼토리는 계속 반복됐었지 ㅎ